The Pirate fall in the love.

연성글/글 커미션 연성글2021. 11. 8. 15:43

선선한 바닷바람이 부는 바다의 중간으로 검은 깃발이 펄럭이는 해적선의 갑판 위로 레오나 킹스카라 선장이 햇빛이 내리쬐는 갑판에서 잠시 누워서 망원경으로 바다 너머를 보기 시작했다. 왼쪽으로는 푸른 바닷물만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그 앞에 무거운 짐들이 실려있는 일반 함선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몸을 일으켜 칼을 빼 저 멀리 있는 함선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네녀석들. 지금 저 멀리는 함선이 보이나?"

 

칼날에 가리켜진 함선은 푸른색의 돛을 단 함선의 갑판에는 소수의 인원을 재외하고 커다란 박스들이 배위로 보였고, 몇몇 선원들은 상자가 바다에 떨어지지 않게 밧줄로 꽉 묶고 있었다. 어림잡아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은 귀족들이 다른 나라와의 

 

"오오, 딱봐도 귀한 물건이 있는 배입니다, 레오나 선장!!"

"전날엔 바다에 아무것도 떠있지 않아서 며칠을 아껴먹었슴다, 레오나 선장."

"저곳으로 배를 몰아붙여라, 자식들아!!"

"알겠습니다, 캡틴!!"

 

레오나가 키를 잡아 방향을 수송함으로 돌리고, 해적선의 행동대장인 잭 하울과 다른 선원들이 침입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5명의 해군이 보였는데, 해적선이 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허겁지겁 무기를 들고 점점 다가오는 해적선을 향해 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 해적선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 와일드 펄 해적선의 선장이자 '바다의 무법자'라 불리는 레오나 킹스카라가 키를 돌려 대포를 피하고, 선원들이 포탄을 빠르게 나르어 대포에 실어 몇 번이고 함선을 공격했다. 날아오는 포탄을 피하지 못한 함선의 아래쪽이 부서지고 점점 가까워지는 해적선의 모습에 그 안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해군들이 무기를 들고 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오나의 오른팔이자 이인자였던 라기 붓치가 마법으로 해군들을 자신의 모습과 똑같이 따라 하게 만들고, 잭이 다른 선원들과 함께 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함선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해적들의 압도적인 힘에 수송함에 있는 자들은 무기한 번 쥐어보지 못한 체 그대로 항복하고 말았다. 마침, 새로 들어온 선원 ' 벨리타 아만다'가 의기양양하게 함선의 문을 열고 열쇠 꾸러미를 들고 오는 모습에 해군 한 명이 그녀를 향해 치를 떨었다.

 

"젠장, 저런 호리호리한 여자에게 당하다니!!"

"그러게 열쇠는 잘 간수하지 그랬어? 선장, 여기 있습니다."

"수고했다. 그럼 안에 있는 물건들을 내 함선에 실어놔야겠군. 어이, 네녀석들. 안에 있는 물건을 해적선으로 실어라."

"네-!! 선장!!"

 

몸집이 큰 선원들이 큰 상자들과 보물이 가득 담긴 상자를 해적선에 넣는 동안 벨리타는 잠시 수송선 안에 붉은 장미로 새겨진 상자를 보고는 치를 떨더니, 이내 해적선으로 돌아가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꼴 도보기 싫은 문양을 마주할 줄이야...."

 

벨리타는 해적선 갑판에 올라가 아래로 내려가더니 작은 와인병을 들고 자신이 이곳에 오기 전을 떠올렸다. 짙은 크림슨레드를 띈 장미와 장미를 감싸는 짙은 초록색의 가시 줄기, 순결의 하얀 백합이 그려진 아만다 가문은 사교계와 해군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이었다. 그 가문에서 나온 아들들은 전부 해군 장교나 정치에 발을 들이는 등, 많은 귀족들이 아만다 가문과 손을 잡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교류할 정도다. 그런 힘 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벨리타는 완벽한 인물로 자라나야 한다는 부모의 이유로 뜨개질을 시작해 피아노 수업, 사물을 그리는 수업에 심지어 얼굴도 보지 못한 사내와의 결혼을 이유로 신부수업까지 받아야만 했다. 저택의 내부는 보라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스위트피 정원과 붉은 장미와 하얀 장미로 만들어진 미로를 따라가면 가운데에 분수가 있고, 분수 주변에는 하얀 백합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저택은 하얀 벽과 붉은 벽돌로 만들어져 마치 그 안에 왕족이 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귀족들은 이 아름다운 정원을 보고 벨리타는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숙녀일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저택은 화려한 철창에 불과했다. 집사와 시녀들은 권위적인 아버지와 다른 증손들의 눈치를 보느라 벨리타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무례하다고 생각해 거리를 두었고, 심지어 남자 형제들은 그녀에게 가문을 위해 희생하는 보따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벨리타는 그런 수모를 몇 번이고 참아왔지만 딱 한 번의 사건으로 인해 가족들과 멀어졌다. 그것은 조용한 오후의 식사에서 시작되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벨리타에게 한 장의 사진과 편지를 내밀었고, 편지를 읽어본 벨리타가 분노로 얼굴이 새 빨게 진체 아버지를 향해 고함쳤다.  

 

"아버지, 이건 말도 안 돼요!! 제가 이런 남자랑 결혼하려고 그 모든 것을 배웠던 건가요!!"

"시끄럽다, 벨리타. 너도 이제 슬슬 결혼할 시기가 되었으니 가문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해야만 한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 이건 불공평해요!!"

 

손에 들려진 사진은 붉은 머리카락을 한 사내였고, 클리어리 해군 장교 출신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교계에서 소문난 난봉꾼에 술만 마시면 사람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최악의 남자였다. 그가 해군에 들어가고 난 후, 말 그대로 그곳은 지옥이었다. 매일매일 다른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니, 적어도 짝을 둔다면 그 괴팍한 성격이 누그러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클리어리 가문과 아만다 가문이 손을 잡은 것이었다. 두 사람의 말다툼이 홀 안을 울렸고, 격하게 분노하는 딸에게 아버지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의 손에는 버터를 바르는 바르는 작은 나이프가 쥐어져 있었고, 벨리타의 오른쪽 눈가에 서서히 피가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본 시녀들이 황급히 벨리타에게 달려가 흐르는 피를 흰색 천으로 감싸며 응접실로 데려갔다.

 

응접실에서 치료를 끝내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벨리타는 이제껏 자신이 한 일들이 모두 부질없음을 느꼈고, 옷장에 있는 드레스와 화려한 장신구들이 들어있는 보석함을 내팽개치고 침대에 누웠다. 아아, 세상은 어찌 이리 불공평한 것인가!! 갈대 색의 찰랑이는 머리카락에 분홍빛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진주들이 그녀의 주변으로 흩어지고 장미석처럼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슬픔의 바다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금색의 배게를 적시며 벨리타의 앞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시녀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난장판이 된 그녀의 방을 청소하고 장신구들을 가지런히 보석함에 담아 정리한 후에야 조심스레 벨리타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씨, 이런 슬픈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아파요."

"나 혼자 있고 싶어, 에밀리. 지금은 대화할 기분이 아니야."

 

에밀리는 조용히 트롤리를 끌고 와 주방에서 가져온 멜론 조각을 작은 나이프로 잘라 접시에 담더니, 그 접시를 벨리타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번에 주방장이 얻어온 멜론이에요. 이거 먹고 기분 푸세요."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걸려고 들지 않는데 너만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구나, 에밀리. 나 이런 미친 집안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역시 미친 거겠지??"

 

벨리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에밀리는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젓고는 작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얼그레이 차가 든 티팟을 들어 조용히 찻잔에 따르더니, 이내 그녀에게 말했다.

 

"아가씨를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있어요."

"그 남자에 시집가라는 건 아니지?"

"설마요, 아가씨를 그런 난봉꾼에게 보내는 건 실례예요. 그런 남자에게 벨리타 아가씨를 보내주긴 아까워요."

 

뾰로통해진 목소리로 말하는 에밀리의 모습에 벨리타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는지 배시시 웃고는 몸을 일으켜 탁자에 올려진 멜론을 한입 물었다. 에밀리는 자신의 치맛자락에서 작게 접힌 종이를 꺼내더니 펼치는 순간 침대에는 거대한 그림이 펼쳐졌다. 그림 속에는 평화로운 마을 아이들의 모습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대하고 하얀 새의 비행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뭐야??"

"여기는 제 고향이에요, 아가씨. 저는 귀족들도 평민들도 차별을 받지 않는 '유토피아' 섬에서 태어나 많은 자유를 느꼈죠. 하지만, 어머니가 병에 걸려 약값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이곳으로 온 거예요."

"그 섬에는 통제하는 자들이 없는 거야? 경찰이나 다른 군인들은??"

"경찰도 군인들도 있지만, 그곳은 외국에서 오는 자들을 제외하곤 모두 친절한 사람들이에요. 저는 아가씨가 이곳에서 갇혀있기보다 더 넓은 곳에서 달리며 웃고 행복한 모습이 보고 싶어요."

"에밀리..."

"저와 함께 내일이 항구로 떠나요, 아가씨."

 

벨리타는 잠시 망설였다. 이곳을 떠난다면 두 번 다신 돌아오지 못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없어지겠지. 하지만, 이 화려한 철장 속에서 마리오네트의 인형처럼 가문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것보단 나았기에 에밀리의 두 손을 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를 여기서 벗어나게 해 줘, 에밀리."

"아아, 물론이죠. 저의 사랑스러운 벨리타 아가씨. 자, 필요한 것만 챙겨서 여기를 나가요."

"하지만 내가 나가는걸 다른 사람들이 목격할지도 모르잖아."

"걱정 마세요, 이 저택에는 '비밀통로'가 있으니까요. 자, 서둘러서 짐을 챙깁시다."

 

벨리타는 이동을 하려면 금전이 필요하기에 먼저 자신의 값비싼 장신구들을 나무 가방에 넣고 자신의 옷가지들을 챙겨 넣었다. 그중에 황금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드레스 한벌을 넣었는데, 혹시 모를 금전적인 대비를 위한 수단으로 챙겼다. 에밀리도 조용히 자신의 짐을 챙겨 벨리타와 함께 자신만이 아는 비밀통로로 저택을 빠져나왔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마치 길을 알려주듯 무수히 빛나고 있었고, 벨리타와 에밀리는 정원을 조심스럽게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작은 구멍이난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수풀을 빠져나오고 보인 것은 넓은 호수였고, 자신들의 앞으로 있는 작은 배가 보였다. 두 사람은 작은 배에 올라탔고, 에밀리가 노를 저으며 서서히 멀어지는 저택을 바라보는 벨리타를 보며 다른 하인들에게 잡히지 않게 노를 힘차게 저었다. 호수 너머로 보이는 붉은 지붕을 한 성이 점점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에 그녀는 자신의 짐가방을 꽉 잡았다.

 

'이제 화려한 생활도 안녕이구나. 하지만, 나는 이 길을 택한 뒤야. 가문의 이기적인 요구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허무한 운명도 나를 잡지는 못하겠지.'

 

노를 저으며 저택에서 멀어지는 두 사람은 한참을 호수에 있다가 이른 햇살이 그녀들에게 서서히 모습을 내비치더니, 이내 마을로 들어서는 길가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길가에 배를 세워 두고 육지에 땅을 딛었다. 짙은 안개가 낀 여름날의 아침 숲은 살짝 쌀쌀하기에 외투 하나만 걸치고 있으면 충분했다. 그러나, 서서히 흐려지는 하늘은 점점 어둡게 변하더니 마치 변덕을 부리듯 차가운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사람은 빠르게 뛰어가 마차로 보이는 형체에 손을 흔들었다. 마침, 나무를 잔뜩 실어 나른 마차였고, 마부가 홀딱 젖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강도로 오해할뻔했으나 이내 그들을 항구로 데려다 주기로 한 대가로 벨리타에게 진주 목걸이를 받고 마차를 끌었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마차 안에서 벨리타와 에밀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차가운 몸을 녹여가며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떨어지지 않게 꽉 잡았다. 비가 거세게 몰아치고 마부가 채찍질하는 소리에 선잠을 자던 벨리타가 놀라 깨어났으나 항구까지는 아직 멀었기에 좀 더 잠을 잤다. 빗방울이 마차 안을 감싼 천으로 떨어지면서 에밀리가 자고 있는 벨리타가 깨지 않게 조용히 귀를 막을 뿐이었다. 

 

마차가 멈추고 마부가 천을 걷어 두 사람에게 바깥을 보여줬다. 벨리타와 에밀리는 반짝이는 빛이 사라지고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을 봤다. 하얀 벽돌로 깔린 바닥에 하늘에는 사람들이 빨래를 널어놓은 듯 여러 색깔의 옷들이 수를 놓았고,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 사이로 갈매기들이 날아다녔다. 항구를 소설에 그려진 삽화로만 접했던 벨리타는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두 눈을 반짝이며 에밀리와 함께 마차 안에서 내렸다. 마차가 떠나고 벨리타는 에밀리와 함께 눈에 띄지 않는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서 항구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었고 어느 배로 타야 할지 모르는 그때, 벨리타의 눈에 띈 배가 보였다. 두 눈을 반짝이며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에 에밀리가 놀라 벨리타의 팔을 붙잡았다.

 

"벨리타 아가씨, 안돼요!! 저기는 그 악명 높은 '와일드 펄' 해적단의 배에요!! 저기에 올라탔다간 아가씨의 목숨이 위험해요!!"

"하지만 내 가족들을 따돌릴 방법은 이거밖에 없어. 게다가 해적을 소문으로만 접했지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잖아. 나는 이걸 타고 유토피아 제도로 가겠어. 에밀리, 같이 가자."

"전 너무 무서워요, 아가씨. 만약 이들이 우리를 바다에 던져 상어밥으로 준다면... 아아,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럼 에밀리는 다른 함선에 타고 먼저 가. 나는 여기서 즐기다가 갈게. 어차피 너도나도 지금은 변장한 상태잖아."

 

두 사람의 옷은 마치 서민 남성들이 일을 하러 가는 모습의 복장이었고, 에밀리는 어쩔 수 없이 아끼는 아가씨 벨리타와 인사를 하며 유토피아 제도로 가는 배에 올라탔다. 벨리타는 해적선 갑판에 올라 안으로 들어갔다. 근육으로 뭉친 남자들이 술이 잔뜩 들어있는 통을 실어 나르고, 회색머리 빛을 한 남자가 시비터는 선원과 싸우는 모습에 돛대에 올라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금발의 작은 채구의 남자를 보고는 이내 다시 앞을 걸어갔다. 그러자, 그 앞에는 왼쪽 눈에 안대를 쓴 와일드 펄의 선장 '레오나 킹스카라'가 나무기둥에 몸을 기대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빈둥거리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이 남자가 악명 높은 해적단의 선장이라니, 벨리타는 코웃음을 치다가 이내 다른 선원이 밧줄을 올리자는 말에 서둘러 일을 하러 갔다. 그렇게 해적선이 마을을 떠나고, 벨리타는 길고 긴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매듭을 짓는 일도 익숙해지고 선원들과 호탕하게 즐기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런 나날들이 오랫동안 가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은 얼마 안 가 다시 무너지기 시작했다. 와일드 펄이 잠시 무인도에 배를 세워두고 쉬고 있을 때, 벨리타는 끈적이는 몸을 씻기 위해 섬안에 있는 숲 속 폭포에서 잠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데, 이를 지켜본 선원 한 명이 벨리타의 허리띠에 있는 문양을 보고는 이내 쏜살같이 바닷가를 향해 달려갔다. 벨리타는 곧 자신의 정체가 들통났다는 것에 마음속으로 조마조마하기 시작했고, 숲에서 나온 그녀를 본 선원들이 레오나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레오나 선장, 이 녀석 해군에서 보낸 스파이가 틀림없어요!!"

"전에 이상한 놈이 선장을 죽이려 들었지 않았습니까!! 당장 처리해버려요!!"

"아니면 여기에 버려두고 가자고요!!"

"기다려라."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레오나의 모습에 벨리타는 이제 자신이 그 악명 높은 해적들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무인도에 버려지겠구나 싶어 주춤하자, 레오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했다.

 

" '아만다'가문의 여인이 이곳으로 오다니 사연이 있나 보군."

"저는... 저는 유토피아 제도로 가고 싶어서 이 배에 탄 거예요!! 다른 의도는 없어요!!"

 

벨리타의 말에 레오나는 술병을 들더니 이내 두 개 잔도 함께 들고 와 그녀의 사정을 들었다. 가문에서 심하게 압박해온 나날부터 시녀이자 친구인 에밀리와 함께 탈출한 사연까지, 모든 이야기를 들은 레오나는 다 듣자마자 너털 하게 웃더니 이내 잔을 세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크하하하, 고작 권위를 위해 딸을 팔아넘긴다니 해군 장교의 꼴이 말이 아니군. 그래서, 가문을 포기하고 해적이 되겠다는 건가?"

"저는 유토피아라는 제도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유토피아 제도에서 살 생각인 건가? 뭐, 좋아. 거기로 데려다주도록 하지. 어이, 이 녀석은 첩자가 아니니까 나 말고 건드는 놈은 전부 모래로 만들 거다."

 

살벌하게 말하는 레오나의 모습에 선원들은 꼬리를 내렸고, 왼팔인 잭이 아리송한 눈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고 오른팔인 라기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던 모양인지 머리 뒤로 팔짱을 끼며 배로 걸어 들어갔다. 그렇게 벨리타는 와일드 펄에서 해적 단원으로 있는 동시에 레오나의 심장이라는 선원들의 별명을 들으며 해적일에 익숙해져 갔다. 어떤 날에는 수송선을 발견하지 못해 다른 해적들을 약탈하는 일도 있었고, 운이 잘 풀리는 날은 다른 해적들과 교류해 힘을 합쳐 해군을 쓰러뜨리는 일도 있었다. 그 덕에 레오나와 벨리타는 서로가 없으면 불안할 정도로 점점 가까워졌고, 유토피아 제도에 거의 다다를 때쯤, 근처 항구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마침 그곳은 해적들이 쉬어가는 쉼터였기에 벨리타는 레오나와 함께 옷을 골랐다. 하얀 셔츠와 가죽 코르셋에 찢어진 치마를 입고 등장한 벨리타의 모습에 레오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옷을 사서 그녀와 함께 돌아다녔다. 이런 그의 모습에 회색머리를 한 선원 한 명이 라기에게 물었다.

 

"레오나 선장, 요즘 잘 웃는 거 같지 않아요?? 벨리타가 온 이후로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보는 건 보물을 가져온 이후 처음입니다."

"레오나 씨, 완전 사랑에 빠진 거 같은데, 우리는 잠시 빠져주자구여. 시시싯."

 

화려한 장신구들과 휘황찬란한 옷들이 마치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듯 늘어져 있고, 자신의 손을 잡고 산호빛 홍조를 띠며 웃는 벨리타의 모습에 레오나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바닷가가 보이는 식당에서는 마침 파스타와 와인을 팔고 있었고,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의 촛불이 마치 두 마음을 불태우듯 작게 타오르고 있었다. 벨리타는 살포시 그의 손을 잡으려는데 마침 미트볼 파스타가 그들의 앞에 놓여져 잡는것에는 실패했다. 서로를 마주보고 앉은 테이블에는 마치 두사람만을 비추는 촛불이 타오를뿐, 다른 이의 웃음소리나 대화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두사람이 파스타를 먹으며 서로를 바라보는데 금화 살을 가지고 있는 큐피드가 이 두 사람의 사랑에 보태주고 싶었던 것일까, 파스타의 선이 어느새 서로에게 당겨지고 있다는 것에 레오나와 벨리타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선은 점점 좁혀지고 벨리타가 끊어내려는 순간 레오나가 먼저 면을 끊고 그녀를 바라봤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와 장미석 빛을 띤 눈동자가 마치 서로의 모습을 비추듯 멍하니 바라봤고, 심장이 드럼을 연주하듯 귓가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두 사람은 깨달았다. 아아, 그것은 사랑이였다. 초콜릿 보다도 달고, 부드러운 솜털보다도 더 부드러우며, 행복이라는 단어의 탄생을 알리는 이 느낌은 마치 두 사람을 낙원에 데려가는것 같았다. 이런 두사람의 사랑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별빛을 수놓은 밤하늘로 폭죽이 터지고 다른 선원들이 맥주를 마시며 호쾌한 웃음소리로 웃고 떠들때 레오나는 자신의 선장실에 있는 반지를 갈색머리를 한 벨리타의 왼손 약지에 끼워지고 싶었다. 하지만, 벨리타의 입에서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레오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좋아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몽환적인 밤이 지나고 유토피아 제도에 도착한 벨리타는 자신의 짐을 들고 섬에 들어가고 레오나는 다시 항해를 위해 섬을 떠났다. 벨리타는 섬주변을 걸어가며 친절하게 인사하는 경찰들과 마을사람들의 친절한 인사에 자신도 인사를 하며 에밀리가 군인에게 전달해달라던 편지를 받고 파란집이 있는 작은집을 향해 걸어갔다. 오르막길을 걷고 또 걸어 마침내 자신의 친구 에밀리가 있는 오두막에 도착했다. 두사람은 서로가 무사한 것을 보고는 와락 끌어안으며 웃었다. 

 

"아가씨,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에밀리, 너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짧은 금발 머리에 푸른 눈을 한 에밀리는 벨리타의 짐을 들고 오두막 안으로 옮겨 놓고 난 뒤 자신이 만든 음식들을 주며 이제 두 번 다시 그 붉은 지옥 속에서 서로를 지켜내겠다며 다짐했다. 마침 에밀리는 자신의 고향 친구와 사귀게 되어 약혼을 하게 되었고, 벨리타는 종종 편지를 써서 갈매기를 통해 레오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녀에게 편지가 도착하는 날이면 레오나는 씩 웃으며 편지를 보관해뒀고, 라기는 순수해 보인다며 킥킥 웃다가 이내 그에게 지독한 심부름받고 뾰로통해졌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벨리타의 편지가 갑작스럽게 뜸해졌다. 그녀가 보낸 갈매기의 모습도, 어디선가 올 것만 같았던 그 편지도 오지 않았다. 레오나는 내심 아무렇지 않는다는 듯 있었지만, 그런 선장의 마음을 눈치챈 것인지 라기가 그에게 말했다.

 

"그 섬에 도착했으니 그곳에 있는 남자와 눈이 맞았겠져. 시시싯."

"원래 목적지까지만 데려다주려고 했을 뿐이다, 라기."

"그런데 왜 자꾸 초조해하는 검까? 무슨 강아지가 볼일 보는 것처럼.."

"자꾸 이 몸을 약 올린다면 모래로 만들어주마."

"레오나 선장님, 큰일입니다!!"

 

불쑥 선장실로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잭이었고, 그의 양 손에는 그녀가 보낸 갈매기와 편지가 담긴 유리병이 있었다. 갈매기의 오른쪽 날개는 누군가에게 총을 맞은듯한 상처로 다행히 다른 선원이 붕대를 감아 치료했지만, 유리병 안에 나온 양피지의 겉 부분에 핏방울이 떨어져 있었다. 레오나가 편지를 펼쳐 벨리타가 보낸 내용을 다 읽은 그는 외투를 걸쳐 선원들에게 외쳤다.

 

"어이, 지금 당장 블루문 호를 찾아라!! 그곳에 수많은 보물이 있다고 편지에 적혀 있다!! 찾는 자는 보물의 반을 나눠주도록 하지!!"

"자 약탈하러 배를 돌리자!!"

"Aye Aye captain!!"

 

선원들이 닻을 올리고 블루문 해적선을 찾아 망원경을 들었다. 사실 그가 블루문을 찾는 이유는 벨리타가 그들에게 납치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된 일일까, 에밀리가 심부름을 다녀온다고 밖으로 나갔고 벨리타는 빨래를 널기 위해 바깥에 나와 빨랫줄에 옷을 널으려는 순간, 그녀의 허리 뒤로 누군가가 총구를 들이밀었다.

 

"Ms. 벨리타, 나의 약혼자. 설마 이런 빌먹을 곳에 있을 줄이야."

"당신은 클리어리 가문의 망나니...!?!?" 

"이런이런, 약혼자에게 망나니라니. 그 못돼먹은 버릇을 고쳐주지."

 

숀 클리어리가 벨리타를 밧줄에 묶어 자신의 해적선에 끌고 들어갔고, 그 안에는 에밀리와 그녀의 약혼자가 묶인 체 납치 당해 있었다. 벨리타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클리어리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은 몰랐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배를 출항시켰고, 밧줄에 묶인 벨리타가 고함쳤다.

 

"빌어먹을!!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그야 마음에 드는 약혼자가 날 버리고 해적선에 탔다는데 어디 안 찾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 물론 그는 총으로 싸 죽여 버렸지만."

"뭐라고?? 네가 인간이냐!!"

"그럼 목격자가 가만히 있게 놔둘까? 마침 난 너희 집안의 권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이참에 그 악명 높은 와일드 펄의 선장을 붙잡아 현상금을 얻으면 클리어리 가문의 사람들은 나를 다시 보게 되겠지. 그건 그렇고 이제 상어들에게 먹이 줄 시간이네?"

 

선원들에게 인질로 잡힌 두 사람을 끌고 가라는 숀의 눈빛에 에밀리와 그녀의 약혼자가 끌려가고 벨리타는 숀의 손에 끌려가 바다로 던져지는 두사람을 보며 충격을 받아 그대로 두다리의 힘을 잃어버렸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소중히 해준 친구와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으며 절망하는 여인의 모습에 마치 즐겁다는듯이 웃는 숀의 모습은 악마가 튀어나왔다 라고 말할정도였다. 벨리타는 울부짖으며 숀을 저주했고, 그는 벨리타를 끌고가 창고 안에 가둬버렸다. 그녀는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빛줄기를 이제 희망을 다 잃어가는건가 싶은 순간, 에밀리가 길들인 갈매기가 유리병을 들고 날아와 짧은 다리로 벨리타가 있는 창고를 향해 걸어왔다. 이대로 클리어리에게 죽을수 없었던 벨리타는 마지막 힘을 짜내 밧줄을 풀고 레오나에게 편지를 써서 유리병안에 넣었다. 갈매기는 마치 기다렸다는듯 창고를 뒤뚱뒤뚱 걸어나가 하늘을 날았다. 이를 본 숀이 총을 들어 갈매기를 저격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한명의 선원이 갈매기의 날개를 맞췄다. 설령 그 해적선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이미 죽은 목숨 이라는듯 창고안에 있는 벨리타의 멱살을 잡고는 도끼눈을 뜬 체 그녀를 바깥으로 끌고 갔다. 

 

와일드 펄의 항해는 이틀을 넘게 블루문 호를 찾기 위해 모든 힘을 끌어모았고, 라기가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피는데 마침 저 멀리 파란 달 모양이 그려진 깃발을 한 배가 보였다. 그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레오나에게 소리쳤다.

 

"선장, 블루문 호를 찾았습니다!! 이제 약탈하러 가는검까?"

"크윽!! 라기가 먼저 찾다니!!! 보물을 얻을 수 있었는데!!"

"시끄럽다, 보물은 누가 가지는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 우리는 저 배를 약탈할 것이다!!"

 

선원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레오나가 키를 잡고 블루문 호를 향해 방향을 틀고 붉은 머리의 선원이 닻을 올렸다. 블루 문호 역시 와일드 펄을 발견하고는 즉시 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대포를 피하며 서서히 접근하는 와일드 펄의 모습에 블루문 안에 있는 해적들과 해군들이 차례대로 총과 검을 들며 배를 습격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레오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벨리타의 허리에 칼날을 들이밀며 바다로 들이미는 클리어리 장관의 모습이었다. 그는 칼을 뽑아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돌격하라!!"

 

레오나의 외침에 잭을 포함한 선원들이 칼과 총을 들고 블루문 호에 뛰어올라 그 안에 있는 선원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와일드 펄의 선원들과 블루문 호의 선원들의 숫자는 만만치 않았으나, 와일드 펄 해적단의 힘은 소문으로도 강하다고 할 만큼 강했다. 잭이 블루문 호 안으로 다른 선원들과 함께 싸워나가고, 레오나의 눈앞에 벨리타를 인질로 잡은 숀의 모습은 볼썽사납기 그지없었다. 숀이 먼저 총을 집으려는 순간, 라기가 그의 행동을 저지시켜버리고 레오나가 그의 왼쪽 어깨를 총으로 쏴버리고 재빨리 벨리타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 

 

"뭐냐, 네 녀석...!!! 블루문 호 역시 악명 높은 해적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째서...!!"

"네 녀석은 선원을 다룰 줄 모르는 거다, 한심한 해군 자식."

"나 구하러 온 거예요...? 그럼 편지는..."

"안심해, 녀석은 치료받고 있다."

 

숀이 레오나에게 총을 쏘려 하자, 벨리타가 그 앞을 막았다. 다행히 레오나는 다치지 않았으나 벨리타의 오른쪽 어깨에 피라 흘러내렸고, 이를 본 레오나가 칼을 들어 총을 베어버리더니 그대로 그를 발로 차 버렸다. 숀 클리어리는 그의 발차기에 바다로 떨어졌고, 숀 선장의 패배에 그 안에 있는 해군들과 해적들은 와일드 펄 해적단을 향해 무기를 내렸다. 다친 선원들은 동료들에게 부축한 채로 배레 올라타고, 남은 인원들은 배안에 있는 물건들을 펄안으로 실어 날랐다. 벨리타가 어깨를 다친 채로 있었기에 레오나는 그녀를 안고 배에 올라탔고, 의사가 그녀의 어깨에 있는 총알을 빼낸 뒤 소독을 한 후에야 치료를 끝낼 수 있었다. 블루문 호가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포로가 된 인원들은 와일드 펄에서 노예가 되어 평생을 바다에서만 있어야 했다. 

 

큰 사건이 끝나고 아직 어깨에 상처가 남아 있던 벨리타가 레오나에게 걸어오자, 그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벨리타를 끌어안았다. 의기양양하게 있는 벨리타의 표정에 레오나가 말했다.

 

"이제 그 섬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거냐?"

"같이 할 친구도 없고 나 혼자서 거기서 살기 외로워요. 차라리 이렇게 당신의 곁에서 항해를 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제멋대로인 아가씨군. 하지만, 그런 점도 나쁘지 않지."

 

레오나는 분홍빛 입술에 살포시 키스를 하고 벨리타를 끌어안았다. 벨리타 역시 레오나를 끌어안고 진하게 키스를 하고는 서서히 노을 지고 있는 바다를 보며 이제 두 번 다시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이 행복함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며 레오나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레오나는 지금 자신의 품에 있는 사랑하는 여자를 절대 그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으라 그리 다짐했다. 이 둘의 사랑은 저 멀리 유토피아 제도에 퍼져나가고 훗날 그 둘의 사랑은 어느 작가에게 영감을 주어 커다란 이야기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누가 알겠는가, 이 해적선의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니.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