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빛으로

연성글/글 커미션 연성글2021. 7. 25. 01:35

바르가스의 캠프를 알리는 학생들의 대화가 거울의 방에 울려 퍼지고 그 안으로 감독생 '디에치 디트리히'가 그림과 함께 드워프 광산으로 들어갔다. 크로울리가 두 사람에게 기록을 남겨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승마부의 회장인 리들 로즈하트가 아웃도어를 입은 세백, 운동복을 입은 실버와 함께 도착한데 이어 다른 운동부인 농구부와 육상부, 메지컬 시프트부도 도착했다. 그들은 바르가스가 탠트를 한 시간 안에 만들으라는 말에 서둘러 탠트를 세울 곳을 찾아다녔고, 기록부로 온 디에치도 그림과 함께 운동부들이 텐트 치러가는 것을 기록하러 그들을 살펴봤다. 에펠과 라기가 서로 협동을 하며 텐트를 설치하고 있었고, 잭은 왼쪽을 듀스가 오른쪽을 잡아 설치하고 있었다. 때 마침 리들과 세백이 텐트를 세우는데 세백이 세게 잡아당기마자 리들이 그에게 끌려갔다.

 

"우왓!! 세백, 너무 세게 잡아당긴 거 아냐?"
"리들 선배가 약하게 잡아당기신 거 아닙니까?"

 

두 사람은 강가 근처로 자리를 잡아 텐트를 설치하는 모양이었다. 세백의 체격차가 컸던 터라 리들이 말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둘이 힘을 합쳐 완성되었지만 풀썩 주저앉은 리들의 곁으로 디에치가 다가왔다.

 

"리들, 괜찮아?"
"디에치? 여긴 어쩐 일이야?"

"학원장님의 부탁으로 기록하러 왔어. 많이 지쳐 보이네."

"텐트 하나만 쳤을 뿐이야. 이제 슬슬 일어나 볼까."

 

리들이 일어나려다가 발을 삐끗하려는 순간 디에치가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하마터면 강가에서 넘어질뻔한 리들을 잡아서 별 탈 없이 모두가 모이는 장소로 갈 수 있었다. 때마침 바르가스가 3개의 과제를 내주었고, 승마부가 마법석을 캐러 간다고 하니 디에치는 그림을 따라 메지컬 시프트부가 나무를 모은뒤 장작을 때우는것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한뒤, 주변에서 나오는 요정들을 피해 육상부가 낚시하는 것을 보다가 갑자기 강에서 튀어나온 플로이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아하하, 우파 쨩 여기서 뭐해?"
"플로이드 선배??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잡어들 낚고 있는데 정말 시시해. 좀 더 크고 위협적인 놈들이 아니면 잡고 싶지 않은데."

 

플로이드가 다시 강으로 들어가고 디에치는 리들이 있는 광산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할 것만 같은 광산에 그림의 불이 아니였더라면 그녀는 그대로 길을 잃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때, 세백의 고함소리가 광산 안으로 울려 퍼지고 디에치가 곁에 있는 누군가를 끌어안았다.

 

"꺄악-!!"

"우왓, 뭐야!? 디에치??"
"어, 리들??"

 

리들은 디에치를 보자마자 얼굴이 빨개져 있었고, 그녀가 리들을 놓아주자 그는 잠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가라앉히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디에치가 리들의 앞에 살금살금 다가가려 하니 저 멀리서 들려오는 세백의 목소리에 그녀는 두 귀를 막았다.

 

"마법석을 찾았다!!"

"세백 네 녀석의 목소리가 꽤 커서 시끄럽다고."

"뭐가 그렇게 불만인가. 광산 안에서 찾은 마법석이다."

 

세백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보랏빛을 띄운 마법석이었고, 디에치가 신기하게 마법석을 바라봤다. 그는 광산에 온 디에치에게 마법석을 캐는 것을 알려주며 자랑스럽다는 듯 의기양양해 있었고, 리들과 실버가 그를 칭찬했다. 그림은 뚱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세백과 실버가 무언가가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경계했고, 리들은 재빨리 디에치를 자신의 뒤로 숨였다.

 

"리들?"

"디에치, 내 뒤에 있어."

 

그들의 주변으로 나타난 것은 불의 요정이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석을 뺏으러 온 모양이었다. 세백이 곡괭이를 들어 요정들을 쫓아내고 있었고, 디에치 주변으로 요정들이 화가 난 체 날아오자 리들은 주변에 있는 막대기로 요정들을 쫓아냈다. 실버 역시 요정들을 쫓아내며 마법석과 주변 모두가 무사한 것을 보고 안심했다. 세백이 캐온 마법석을 본 고스트가 바르가스 배지를 줬고 리들은 디에치가 다친 곳이 없나 살펴보다가 손가락에 살짝 피가 난 것을 보고 주머니에서 밴드를 꺼내 그녀의 검지 손가락에 붙여줬다.

 

"고마워, 리들."

"주변에 위험한 것들이 많으니까 조심해. 아까 봤던 요정들도 너에게 위협이 될 거야. 그림이랑 붙어 다녀."

"이 몸은 강하니까 부하는 걱정하지 말라고!"

 

의기양양한 그림의 모습에 디에치는 웃으며 텐트로 돌아왔다. 일몰이 찾아오고 모든 운동부가 배지를 3개씩 얻어 전원 통과가 되었다는것에 다들 안심했다.그렇게 일몰이 지나 밤이 되자 디에치와 그림은 드워프들의 오두막 근처로 바르가스를 따라가 텐트를 치는데 아직은 미숙한 솜씨에 보고 있던 바르가스가 도와주며 무사히 텐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디에치는 오두막에서 에이스와 듀스, 그림과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렸고 그때는 정말 엉망진창인 하루이자 모두가 힘을 합쳤던 날을 떠올리게 해준 장소였다. 그덕에 디에치는 리들을 만나 그와의 첫만남은 요란스러웠지만 지금은 그와 친해지고 가끔은 알콩달콩하게 하루를 보내기도 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지만, 디에치는 리들을 누구보다도 정말 사랑했다. 그가 힘들 때면 곁에 있어주면서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서로 싸우다가고 다시 화해하면서 지냈던 나날들이 많았기에 어느새 디에치와 리들의 기억은 점점 쌓여 추억 속의 앨범 속 사진처럼 쌓여 갔다. 깊어져 가는 밤속으로 디에치가 졸린눈일 비비며 그림과 함께 잠들었다. 학생들이 밤을 새우고 있는 모습을 보던 바르가스가 그림과 자고 있는 디에치를 보고는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디에치가 잠시 눈을 뜨자 자신의 눈앞에 하얀빛의 길이 점점 어디론가로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이자, 그녀는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그 길을 따라 끝으로 걸어가니 끝에 도달한 디에치는 빨간색과 검은색의 하트무늬가 그려진 문을 보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그 앞으로 나온 것은 기숙 사복을 입고 있는 리들이였다. 디에치의 복장은 어느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옷처럼 푸른색은 아니였지만 분홍색의 드레스로 변해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장미를 칠하고 있는 기숙생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고, 그 모습에 디에치가 웃었지만 이내 그들이 칠하고 있는 페인트는 빨간색이 아닌 분홍색이라는것에 놀란 그녀가 리들에게 말했다.

 

"리들!! 저 페인트는 빨간색이 아니라 분홍색이야!!"

"괜찮아, 빨간색과 분홍색 전부 좋아. 자, 내 손 잡아 디에치."

 

엄격하고 진지한 모습은 없고 다정하고 따스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리들의 모습에 디에치는 놀랐지만 이내 그의 손을 잡고 함께 장미의 미로를 걸었다. 그를 따라 미로를 걸어가며 하늘을 보는데 베이비 핑크로 물들어진 하늘에 솜털처럼 흩어진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고 분홍색 페인트를 든 기숙생들과 붉은색의 페인트를 든 기숙생들이 서로 협심해 장미를 칠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힘들다는 것이 아닌 행복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닌 날의 파티장으로 들어간 리들과 디에치는 찻잔을 들며 건배를 했고 에이스와 듀스는 웬일인지 싸우지 않았고 트레이가 가져오는 타르트가 나오자 딸기 타르트 한 접시가 디에치와 리들의 앞에 놓였다. 디에치가 타르트에 놓인 딸기를 포크로 꽂으려 하니 리들이 자신의 포크로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 

 

"잘 먹을게, 리들. 헤헤."

 

리들의 포크에 꽂혀있는 딸기가 디에치의 입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치 시간이 멈추듯 달콤한 맛이 그녀의 입안에서 맴돌았다. 딸기가 너무 맛있었던 디에치는 포크를 들어 이번에는 자신이 리들에게 줄 생각에 기뻐하며 그에게 자신의 포크로 찍은 딸기를 내밀었다. 그러자 리들이 한입 베어 물고 흐뭇하게 웃는 모습에 디에치도 즐거웠고 배시시 웃는 그녀의 귀여운 미소에 리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디에치의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

 

"디에치, 나는 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

"나도 리들이랑 있어서 행복해. 리들도 나와 같은 생각 했구나."

"맞아, 나는 줄곧 너를 생각했어. 만약 날 좋아한다면 우리.."

"리들? 얼굴이 빨개."

"나... 디에치랑 나중에 겨.. 결... 깡깡 깡!!"

 

리들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자 디에치는 당황했고 다시 눈을 비비고 보니 어느새 장미의 정원이 아닌 텐트 속이라는 것에 아쉬움이 남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해가 뜨지 않는 새벽이었고 옅에 있던 그림도 이상한 소리에 놀라 잠을 깨고 말았다. 주변에 있는 학생들도 전부 일어나 알 수 없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으니 보좌역을 밭게 된 드워프 광산의 고스트들 중 한 명이 프라이팬으로 텐트 안에 있는 학생들을 깨우는 소리였다. 디에치는 리들의 마지막 말이 끊긴것에 아쉬운 나머지 시무룩했지만 이내 기운을 차리고 모두가 모여있는 텐트장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등불꽃으로 마법약을 만드는것과 커다란 메기를 잡는것, 그리고 마법석을 다시 얻는것이였다. 디에치는 승마부를 따라가 산림으로 들어가니 그곳에 있는 요정들이 등장해 그들의 앞길을 막았고 요정 한 명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리들이 손바닥을 저으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저리 안 가! 디에치 괜찮아?"

"난 괜찮아. 여기 있는 요정들 귀여운 거 같아!"

"귀엽기보단 오히려 방해받고 있다!!!"

 

세백과 실버가 이리저리 막대기를 저으며 쫓아낸 뒤 다시 산림으로 들어가 가파른 산길로 걸어가니 절벽 위로 등불 꽃을 딴 뒤 천천히 내려왔다. 그가 의기양양하게 꽃을 딴 모습에 리들과 다른 기숙생들은 대단하다며 그를 굉장하다는 듯 놀란 눈으로 보고 있었고, 디에치가 세백의 손에 있는 등불 꽃을 보며 말했다.

 

"저게 등불 꽃이구나, 신기해!!"

"이 정도는 딸 수 있다, 인간."

"그럼 승마부를 기록해보자고, 디에치."

 

그림의 말에 디에치가 등불 꽃을 딴 세백의 사진을 찍었고 같이 산길을 내려가며 리들의 손을 잡았다. 살포시 잡은 손에 리들은 행여 산림에 나오는 늪 때문에 디에치가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줬다. 때마침 플로이드도 등불 꽃을 따러 농구부 일행들과 같이 왔지만 어째서인지 에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쉬고 있겠지 하며 지나가는데, 농구부 일행 중 한 명이 실수로 벌집을 막대기로 건드리는 바람에 그 안에 있는 벌들이 화가 난 나머지 농구부와 그 주변에 있던 승마부에게도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리들은 디에치의 손을 잡고 뛰었고 세백과 실버는 서둘러 산림을 빠져나왔지만 안에 있는 두 사람을 구하러 다시 들어가야만 했다. 계속해서 쫓아오는 벌들 때문에 리들과 디에치는 점점 숨이 차올라 더 이상 뛸 수 없었고 야생 벌들이 딧치를 공격하려는 순간 리들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풀숲으로 그녀를 안고 뛰어들었다.

 

"위험해, 디에치!!"

"꺄악!!"

 

풀숲으로 사라진 두 사람의 모습에 야생벌들은 주변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이내 자신들의 벌집으로 날아갔다. 벌들이 간 것을 확인한 리들이 자신의 아래에 깔려있는 디에치를 보고 말하려는 순간 순수하게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에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리들 괜찮아? 벌한테 쏘인 거야?"

"아니야, 난.. 괜찮아..."

"일단 위에서 비켜줄 수 있어? 못 일어나겠어."

"아, 금방 비킬게."

 

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비켜주고 디에치는 그가 비켜준 자리에서 일어았다. 그녀는 방금 전 풀숲에 뛰어들다가 그안에 있는 나뭇가지에 긁혀 무릎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는 훌훌 털며 일어났다. 리들이 디에치의 무릎을 보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서둘러 실버와 세백이 있는 곳으로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뛰어갔다. 두 사람이 숲에서 나오는 것을 본 실버가 무사하다는 것에 안심했지만, 디에치의 무릎에 난 상처에 실버가 그녀를 업으려 했다. 그러자, 리들이 실버에게 말했다.

 

"내가 업고 갈게."

"괜찮겠어, 리들? 힘들면 내가 업고 갈게."
"아니야, 디에치를 업고 갈 힘은 있어."

 

리들이 그녀를 등 뒤에 업고 고스트들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고, 무릎의 상처를 본 바르가스가 곧장 연고와 반창고를 가지고와 디에치의 무릎 상처를 물로 소독한 뒤 연고를 바른 반창고를 그녀의 무릎에 붙여뒀다. 

 

"금방 아물 테니 걱정하지 마라. 혼자서 동료를 업고 오다니, 훌륭하다 리들!!"

"감사합니다, 바르가스 선생님."

 

바르가스가 가고 리들은 미안한 마음에 디에치의 옆에 있으면서 머뭇거렸고, 자신 때문에 그녀가 다쳤다는 생각에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디에치는 일어나서 리들의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를 바라봤는데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디에치의 행동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자꾸 돌아다니는 거야, 그러면 상처가 덧난다고!!"

"너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기분 풀어주려고 한 거야. 아직도 속상해?"

"그런 건 아니지만... 나 때문에 다쳤잖아."

"이 정도는 문제없어!! 리들, 다른 애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

"알았으니까 내손 꼭 잡아."

 

리들은 못 말린다는 듯 디에치의 손을 잡고 다른 동아리 부원들이 뭘 하는지 보러 갔다. 메지컬 시프트부는 라기가 메기를 낚아 바르가스 배지를 받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플로이드가 마법석을 캐고 돌아와 쟈밀에게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러나, 곁에 있어야 할 에이스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더욱이 레오나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잠시 놀고 있을 것이라며 생각하며 디에치는 리들을 따라 천천히 캠핑장을 걸어 다녔다. 어느새 밤이 되고, 밤하늘의 별이 떠있자 리들이 디에치가 있는 텐트로 걸어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리들, 잠이 안 와?"

"네가 걱정돼서 온 거야. 무릎은 어때?"

"안 아파. 네가 손을 잡아준 덕에 오늘 즐거웠어."

"그래? 그럼 다행이네."

 

디에치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리들을 바라보다가 잠시 하늘을 보는데 수많은 별들이 수를 놓은 듯한 모습에 졸고 있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리들!! 리들! 일어나 봐!!!"

"뭐야, 디에치 지금 피곤해서.."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올려다보니 밤하늘의 별들이 무수히 많았고, 그 별들의 옆으로 별똥별이 지나갔다. 순식간에 지나간 별똥별에 디에치가 리들을 바라봤다.

 

"봤어? 별똥별이 지나갔어!!!"
"나도 봤어. 하늘이 아름답네."

"있지, 리들은 무슨 소원 빌었어?"

"소원?"

"별똥별이 소원을 이뤄준다고 하잖아. 리들은 뭘 빌었어? 나는 리들이랑 오래 있게 해달라고 빌었어."

 

푸른 호수 같은 눈망울로 자신에게 미소 짓고 있는 디에치의 모습에 리들은 속마음으로 말했다.

 

'나도 너와 오래 있게 해달라고 빌었어.'

 

그러나 마음속의 있는 말을 말하기엔 너무 똑같다고 생각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디에치가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그는 빨개진 얼굴을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랑.. 같이 있게 해 달라고.. 빌었어..."

"리들 뭐라고?"

"나도 너랑 오래 있게 해 달라고 빌었다!!"

"아, 리들도 나랑 똑같은 소원이었구나!!"

 

자신의 두 손을 잡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베이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디에치 디트리히가 순수하게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는 리들이었지만, 모든 게 서툴렀던 자신이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찰나 오두막에서 들려오는 바르가스의 비명에 리들은 디에치를 끌어안았다.

 

"리들???"

"쉿-."

 

리들이 검지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며 주변을 경계했다. 이윽고 오두막에서는 검은 무언가가 튀어나와 그를 끌고 가려고 들었다.

 

"리들!!!"

"디에치, 손 놔!!"

"싫어!! 내가 손을 놓으면 리들이 납치당하잖아!!"

"너까지 잡혀간다고, 어서 놔!!!"

"안 놓을 거야!!!"

 

검은 형체는 리들의 손을 놓지 않은 디에치 마저 잡아갔고, 그림은 두 사람이 끌려가는 모습에 무서움에 부들부들 떨었다. 알 수 없는 형체에게 끌려간 디에치와 리들은 산림 속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누군가가 그들을 밧줄로 묶어 나무에 매달아 놨다. 나무 위에 매달려진 리들은 산림 속에서 위험한 야생동물이 튀어나올까 봐 두려웠고, 디에치 역시 깜깜한 숲에서 위험한 괴물들이 나올까 봐 두려웠다. 리들은 매달려 있으면서도 디에치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디에치,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리들, 너도 떨고 있는데?"

"무.. 무서워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리들의 용기 있는 말에 디에치는 몸을 움직이며 천천히 그의 묶여있는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나도 리들을 지켜줄 테니까 누군가가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무서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안심시켜주려는 디에치의 미소에 리들도 한시름 놓으며 밤하늘을 바라봤고, 이때 드워프 광산의 고스트들이 나타나 그들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주며 디에치와 리들은 땅에 내려올 수 있었다. 그들이 돌아오고 나머지 사람들까지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본 리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이 모든 것은 바르가스 선생님이 계획한 일이었다며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설명하니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로 죽을뻔했네..."

"리들, 이번엔 내가 업어줄까?"

"내 발로 걸어갈 테니까 업지 마!!"

 

리들이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디에치의 손을 잡고 그대로 자신의 텐트로 들어가 다시 잠을 청했다. 잠든 리들의 모습에 디에치는 그런 리들이 좋아 미소 짓고 다시 잠들었고, 3일이 되고 크로울리가 그들을 데리러 오자 바르가스 캠프가 끝난 것에 조금 아쉬움을 느낀 디에치가 그림을 안고 리들을 바라봤다.

 

"마지막 날이라서 아쉬워."

"그래도 많은 걸 배웠으니 오히려 좋았어."

 

뭔가 아쉽다는 디에치의 표정에 리들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크로울리가  마법으로 열어놓은 거울 속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어느새 모든 부원들이 학교에 도착하고 디에치는 그림과 함께 낡은 기숙사로 들어갔다. 들어오자마자 자신의 옷가지를 빨래 바구니에 넣고 교복으로 갈아입은뒤 로비에 있는 소파에서 트레이가 냉장고에 넣어준 딸기 타르트를 먹으며 잠시 쉬고 있을 때, 그녀의 스마트폰으로 리들의 문자가 와있었다.

 

「이따가 밤에 하츠라뷸로 와줘 」

 

이 문자 한마디에 디에치는 리들이 오밤중에 그가 자신을 왜 부르는지 궁금해져 그림이 자는 동안 낡은 기숙사를 나가 그레이트 세븐의 동상을 지나가고 거울의 방으로 들어가 하츠라뷸의 거울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밤하늘에 펼쳐진 장미의 미로 아래로 디에치는 어두워서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켜고 미로를 걸어가니, 평평한 풀숲으로 돗자리에 앉아 있는 리들이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 돗자리가 있는 장소로 데려갔다. 디에치는 하츠라뷸에 떠있는 별들을 보며 바르가스 캠프 때, 리들과 함께 보았던 밤하늘을 떠올렸고, 두 사람은 돗자리 위에 누워 은하수같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멀리 있어서 닿지 않는 별을 딧치가 손으로 잡는 시늉을 하고 리들의 옆에 놔두니 그는 웃으면서 디에치를 바라봤다. 

 

"그 별을 나에게 주는 거야?"

"이 별은 내가 리들에게 따주는 거니까!"

"정말, 너도 엉뚱하다니까."

"있지, 리들. 나 캠프 때 네가 나랑 하츠라뷸에서 데이트하는 꿈 꿨어. 그때 장미가 분홍색이랑 빨간색이랑 같이 있었다! 어때?"

"무슨 그런 기이한 꿈을 꾼 거야."

"그러고 나서 너랑 나랑 같이 딸기 타르트 먹었는데 네가 그때... 리들...?"

 

리들은 디에치 앞에서 차마 또다시 빨개진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바로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자꾸만 피하는 모습에 디에치는 화가 나 리들에게 말했다.

 

"야, 로즈 하트. 왜 자꾸 빨개진 얼굴을 하면서 나를 피하는 거야?"

"너를 보면 자꾸 심장이 뛰니까 제대로 볼 수 없는 거라고..."

"리들도 나를 좋아해?"

"아.. 아니야...!!"

 

솔직하지 못한 대답을 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리들의 모습에 디에치는 그가 귀엽다는 듯 그의 시선이 있는 곳으로 누워 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리들이 좋아. 그래서 난 네 곁에 오래 있을 거야. 나, 리들을 정말 좋아하니까. 리들도 나를 좋아해?"

"뭐, 나도 너를 좋아하지만... 다음엔 주변을 서성이는 거 하지 마."

"왜에~."

"아무튼 하지 마!! 네가 자꾸 빨개진 얼굴을 보려고 들면 부끄러워서 쳐다보기 힘들다고!!"

"그래, 그러면 그냥 지금 이대로 바라보고만 있으면 되지?"

 

다정하게 웃는 디에치의 모습에 리들은 차즘 진정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그들이 장미의 미로 한가운데에서 별을 보며 잠이 든 체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점점 어두워지는 시간에 두 사람이 돌아오지 않자, 트레이가 장미의 미로로 들어가 돗자리만 깔고 잠들어 버린 디에치와 리들을 업고 하츠라뷸 기숙사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는 두사람을 침대에 눕혀놓고 이불을 덮어준 뒤 조용히 방문을 닫고 돌아갔다. 그들이 잠든 밤이 점점 태양에 의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어느새 아침이 되자 리들은 자신의 곁에 잠들어 있는 디에치를 보며 놀란 나머지 침대밑으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때마침 트레이가 노크를 한뒤, 방문을 열며 놀란 눈으로 잠든 디에치를 보고 있는 리들에게 말했다.

 

"어제 너희 둘이 돗자리만 깔고 자고 있길래 내가 데려왔어."

"트레이 네가 데려왔다고...? 일단 고맙지만 좀 놀랬어."

"하하하, 다음엔 담요라도 가지고가. 추워서 감기 걸려."

 

트레이가 나가고 리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하마터면 자신이 무슨 짓을 했을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다행히 학교 휴일이기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잠들어 버린 자신을 생각하며 붉어지는 얼굴을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열이 오른 얼굴을 세수하며 마음을 진정시켰고, 리들이 세수를 하러 간 사이 디에치가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자신이 리들의 방에 있는 것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얌전히 침대에 앉아 욕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오는 리들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좋은 아침, 리들."

"좋은 아침이야, 디에치. 잘 잤어?"

"어제 너랑 돗자리 깔면서 별 보다가 잠들었는데 눈떠보니까 네 방에 있었어."

"트레이가 우리를 데리고 들어왔어. 아침은 여기서 먹고 가."

 

리들의 말에 디에치가 싱긋 웃었고, 두 사람이 같이 복도를 걸어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걸어가자 트레이는 홍차와 다른 디저트들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니 디에치와 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고는 포크를 들어 타르트 위에 놓인 딸기를 콕 집었다. 디에치는 딸기를 한입 베어 물고 리들을 바라봤고, 리들도 디에치를 바라보며 아침햇살을 맞이한 체 서로에게 웃어줬다.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야! 리들과 아침에 먹는 딸기 타르트도 맛있고, 나에게 웃어주는 리들도 좋아!'

 

-End-